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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이과 수업 중에 화학이라는 과목이 있다. 화학 교과서의 맨 앞 페이지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가? 바로 주기율표라는 것이 나온다. 거기에 첫번째로 나오는 원자가 바로 수소이다.


수소의 영어명은 hydrogen으로, 이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프랑스의 화학자였던 앙투안 라부아지에이다. 물을 뜻하는 hydro와 생성을 뜻하는 gennao라는 그리스어를 합성시켜 수소라는 이름을 탄생시켰으며, 주기율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소를 연소시키는 실험을 통해 수소가 연소되면 물이 생성되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화학자였던 헨리 캐번디시이다.


수소는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의 75% 가량을 차지하며,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에서도 수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지표면의 구성요소 중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물과 화석연료 등에 포함되어 있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원소들 중에 가장 가벼운 원소이며, 3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색깔이 없다는 뜻의 무색, 맛이 없다는 뜻의 무미, 냄새가 없다는 뜻의 무취가 바로 그것이다. 비록 눈으로 볼 수 없고, 맛과 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우리 주변에 가장 풍부하게 있는 원소인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국제사회의 문제로 떠오르면서 수소는 가장 먼저 대체 에너지원으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고갈 가능성 자체가 없고, 오염물질의 배출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1923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샌더슨 홀데인 학자는 수소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예측했는데 액화수소의 형태로 저장할 경우, 석유보다 3배 이상이나 되는 열량을 갖는 효율적인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한 2002년 미국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인류의 미래를 혁명적으로 바꿀 약속어음이나 다름없다고 수소의 잠재력을 극찬했으며, 미국의 한 컨설팅 업체도 2050년이 되면 수소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가장 풍부하면서도 흔한 것이 수소이다. 이러한 수소를 경제적으로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이번에 알아보고자하는 수소에너지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수소에너지란 무엇인가?


수소에너지란 유기물이나 물, 화석연료 등의 화합물에 함께 존재하는 수소를 연소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이러한 수소에너지의 장점으로는 우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의 방출이 없다는 점이다. 수소를 연소시킬 때 질소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극소량이기때문에 오염물질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고압가스 저장, 액화 저장, 고체 저장, 화학 저장까지 다양한 형태로 효과적인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액화 저장의 경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는데, 이는 전력을 생산하고 전기로 송전하는 방식에 비해 운송 손실률을 1/10가량 줄일 수 있다. 이밖에도 에너지 사용 후에는 물로 재순환이 가능한 점과 산업용부터 주거용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에너지 시스템에 사용이 가능한 점도 장점에 속한다.


수소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은 만들기가 어렵다 점이다. 여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도 포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소는 다른 화합물에 함께 존재한다. 물의 화학식인 H₂O를 예로 들면, 2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산소 원자로 구성된 것이 물이다. 즉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분해를 통해 순수한 수소인 H₂의 형태로 바꿔주어야 하는 것이다. 각종 화합물로부터 순수한 수소를 뽑아내기 위해서 여러방법이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전기분해이다.


실험적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산업적인 규모로 생각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기라는 입력에너지에 비해 수소라는 출력에너지의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기분해를 위해서는 촉매가 필요한데 백금처럼 비싸고 희귀한 촉매를 사용해야만 대량의 수소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대체 촉매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또다른 방법은 엄청나게 높은 압력과 온도를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해야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각종 오염물질까지 배출되는 상황이다.



국내외 활용분야 및 향후전망


수소에너지가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는 수소 자동차 분야이다. 한국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가 투싼ix35 모델을 수소차로 양산했는데 보급이 많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유는 비용 때문이었다. 이 차량은 3분 가량의 충전만으로 415km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가졌지만, 1대 당 가격이 1억 원이 넘었는데 일반인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가격이었다.


게다가 정부 지원 및 수소 충전소 같은 인프라가 미비했기에 후발 주자 국가들에게 밀려나게 되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수소차는 700여대 뿐이었다. 한마디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700여대 팔렸다는 소리이다. 전국의 수소 충전소도 10개 정도밖에 없었다.


이와 반대로 수소에너지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 연료를 사용한 상업 발전소를 가동시킬 것이라 발표했으며, 수소차 80만 대 보급 및 수소 충전소를 9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차 시장에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도요타에서 생산한 수소차 미라이는 현재까지 누적판매량이 4,000대를 넘긴 상황이다.


국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을 정부가 눈치챘는지, 2015년 산업부는 제3차 환경친화적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수소차의 가격 절감과 핵심부품 자국화, 민간 이용 확대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차 9,000대와 수소 충전소 80개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수소차의 가격은 5,000만 원 선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조만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는 장면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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